모르는 것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
문화/책 2018. 12. 22. 15:29 |읽을 때 마다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플라톤 전집이다.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종교인들의 성경 마냥 따뜻함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을 때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다른 종류의 종교인 것인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부분에 있어서는 비슷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난 소크라테스를 숭배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소크라테스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이것도 누군가에 의해 씌여진 글인 이상 진실만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실제보다는 책 속에 있는 이상적인 소크라테스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다. 아니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말과 행동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믿는다? 그렇지도 않는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믿음"을 어느 것에 대해서도 가질 필요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믿음은 정도이다. 0정도의 믿음은 전혀 믿지 않는고, 100은 완전히 믿는다라고 했을 때, 나는 0과 100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모든 것은 1과 99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조차도 믿지 않는다. 내가 아주 진실한 마음으로 말을 했다고 해보자. 시간이 흘러 그 말이 거짓일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부도덕해서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었던 그 무엇이 변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내 생각이 바뀔 수 있지 않은가? 결국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간에 언젠가 내가 아주 진실되게 한 말이 거짓이 될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나 자신을 믿을 이유가 전혀 없다. 내가 언젠가는 '무엇을 꼭 하고 싶다'라고 말하거나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마음이 절대 바뀌지 않을거라고 그 당시에는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상황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변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누군가에 의해 조종 당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므로 나는 나 자신을 어느 정도 믿는다. 어느 정도 믿지 않기도 하고...
이번 식으로 다른 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믿고, 어느 정도 믿지 않는다.
특히 사람은 나 자신보다 믿지 않는다.
그렇게 잘 알고 있는 나 자신도 못 믿을 구석이 있는데,
어떻게 잘 모르는 남을 나보다 더 믿을 수 있는가?
믿는 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오만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함으로써 가장 지혜로운 자가 되었다.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하는 것은
자신이 그 누군가를 믿을 만한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숭배하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우둔해 보였다.
제대로 믿을 만한 이유를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면 자세히 설명을 해줬겠지.
그들이 믿는 그 무언가에 대한 비판이나 의문을 가지면
그들은 설명하기보다는 화를 내거나 불쾌해 한다.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체 하며 그것을 강요하는 인간들은 어디나 있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유지만,남에게 강요하지는 말자.
내 생각도 틀릴 수 있으니 남에게 강요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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