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은 삼켜버리기조차 힘든 무언가가 목까지 차오를 때,  뛰어난 감각와 피리같은 입술으로 숨을 막고 있는 것을  뿜어내는 능력을 가진 듯하나, 나 같은 범인들은 그조차도 여의치 않아, 안에 무언가 가득 차 자칫하다간 내 전체가 터져버릴 것만 같아 내장을 힘껏 쥐어짜봐도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소리 없이 울리는 김빠진 휘파람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도 안에 쌓인 것은 빠져 나오지 못하고, 가두고 갖혀서 지들끼리 뭉치고 섞여서, 고여버린 우물처럼 어둡고 습한 곳에서 이끼만이 내장을 타고 올라온다. 결국엔 내 속이 이끼로 다 덮혀서 언젠간 이 이끼가 나를 무디게 해줄 줄 알았건만, 사실 이것은 뱃속의 융털과 같아서 고통을 더 빨리 효율적으로 흡수 해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막을 새도 없이 이리저리 휘날리며, 속절없이 바람이 빠져나가는 풍선마냥, 입술을 잔뜩 오므려 애꿎은 바람만 내보낸다.


예술은 미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이들에게 구차하고 사소하며 지리멸렬한 그러므로 허무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밧줄이다. 예술이 주는 전율과 슬픔, 예술에 대한 의지,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의지가 나의 삶을 지탱한다.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미의 관점에 있어서 그것의 극단에 놓여있는 나의 삶에 존재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어릴 때부터 막연히 느끼고 있었다. 그 밖에 나에게 있어 삶의 동기가 되준 것들, 부모라던지 하는 것들은 나를 살게 한것이 아니라 단지 죽음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노인과 바다'가 권총자살이 입증하듯 고통으로 점철되었을 톨스토이의 삶에 존재 이유를 부여한다. 일생의 대부분을 정신병으로 시달린 버지니아 울프도 '등대로'를 창조함으로서 그의 참기 힘들었을 고통을 정당화시켰다.


정신과 약은 죽어버린 내 영혼에 응급처치가 되어주었고, 겨우 다시 숨통이 트인 나는 니체를 비롯한 사상가들의 저서를 통해 나 자신을 치유해갔다.

Posted by 대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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